우리 노조가 오랜만에 상급단체가 주는 상을 받았습니다. 2월 4일에 있었던 공공연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우리 노조가
모범노조상을 받은 것입니다.
민주노총이 출범했던 95년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전태일노동자상”이라는 큰 상을 받은 이후로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지금
2개의 상이 나란히 우리 노조 사무실에 놓여 있습니다. 무릇 상이라는 것은 형식으로는 표창장이나 상패 하나에 지나지
않더라도, 주는 사람은 기껍고 받는 사람은 뿌듯하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축하하는 마음이 절로 우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나 연맹 정기대의원대회의 단상에 서서 표창패를 받으면서 위원장으로서의 솔직한 심정은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은 여전히 기업별노조의 허울을 벗지 못한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이었고, 미안하다는 것은 우리 노조 10년
역사를 지켜온 조합원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모든 지부가 한꺼번에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투쟁해본 것이 까마득한 옛일이고, 이제는 앞장서서 투쟁하는 지부들에 대한
지원투쟁의 힘이 모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나마 우리 노조가 모범노조로 선정된 이유는 해고를 불사하고 산업자원부와 맞서 투쟁하고 있는 산업기술평가원지부를 포함한
산업자원부 산하 각 지부들과 지난 상반기 우리 노조 파업투쟁의 역사를 새로 썼던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지부, 그리고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장기투쟁을 굳건하게 진행했던 한국패션센터지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와 더불어 현장의 악조건을 무릅쓰고 우리 노조와 연맹의 각종 총력투쟁에 강고하고 헌신적으로 함께 했던 많은 조합원들과
간부 동지들이 이 상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들이기도 합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노조들이 우리 노조의 뒤를 이어 산별노조의 길로 뛰어들었고, 어느 사이에 70만명에 이르는 민주노총
조합원의 40% 이상은 이미 기업별노조를 벗어나 있습니다.
산별노조의 원칙과 활동의 측면에서 많은 노조들이 우리 노조보다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 노조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까지 합니다. 한 때 민주노조의 역사에 산별노조 건설이라는 작은 획 하나를 찍었다는 자부심은 옛
기억 속으로 보내고, 올해는 우리 노조가 지난 10년의 역사를 반성하고 새로운 10년을 알차게 설계하는 해가 되도록 해야겠다는
것이 상을 받으며 혼자서 다짐한 것입니다. 표창패에 담긴 다음의 문구를 읽으며 우리 조합원과 간부들도 한번쯤 우리 노조가
받은 상의 의미를 곱씹어 보기를 권합니다.
-위 노동조합은 민주노조 운동의 원칙과 기풍인 자주, 민주, 연대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대정부 투쟁과 단위사업장
투쟁을 모범적으로 진행하여 “실천하는 연대·승리하는 연맹”을 만들기 위해 힘찬 투쟁과 역할을 다하였기에 공공연맹 13만
조합원의 정성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