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강원도 평창에서 산업기술시험원지부(이하 “산기원지부”)의 간부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약 2시간의 간담회를 통하여
저는 산기원지부 간부 동지들의 생각을 경청하였고, 또 위원장으로서의 입장을 피력하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제시되었던
동지들의 의견들을 떠올리면서, 이 지면을 통하여 산기원지부의 현 상황에 대한 제 입장을 다시 한번 간략히 밝히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반박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지 공개적으로 토론할 수 있다는 것도 미리 밝혀 둡니다.
<산기원지부 임시총회와 안건의 성격에 관하여>
산기원지부는 지난 17일 조합원 임시총회를 소집하여, “단체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을 조합원 75%의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최진호 지부장을 비롯한 집행간부들이 사용자대표인 강윤관 원장과 함께 잠정합의(안)에
서명까지 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하여, 동지들은 간담회 자리에서 단체협약에 대한 “잠정합의(안)”이 아니라 “사측(안)”에
대한 투표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상에, 어떤 노동조합도 사용자의 교섭안에 대하여 인정여부를 묻는 투표를 하는 곳은
없습니다. 사측(안)을 그대로 총회에 상정한 것 자체가 집행부의 임무를 저버린 것입니다. 한편으로, 임시총회 소집공고와
투표결과 공고문, 그리고 본부에 보낸 공문 등에서 산기원지부는 일관되게 “잠정합의(안)”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저의 입장은 총회 당일 지부에 보낸 공문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산업기술시험원 사용자와 우리 노동조합 사이에
정상적인 교섭을 통하여 합의에 이른 잠정합의(안)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규약과 규정에 따라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위원장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므로 총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컨대, 산기원지부 조합원 총회에 상정된
안건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총회 결정 자체도 위원장에게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절차를 그르치고 위원장의
지시를 어긴 지부 집행부의 반성과 그것을 부추긴 강윤관 원장의 각성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지부 집행부의 서명의 의미>
동지들은 규약과 규정에 따라 조합원 투표가 효력이 없음을 알고도 투표를 했다고 했습니다. 또 지부장과 사무국장을 포함한
집행간부들, 그리고 사용자인 강윤관 원장까지도 위원장이 서명이 없는 협약서는 무효임을 알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태여 단체협약의 형식을 빌어 노사 양측이 서명을 한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지부장은 회사와 직원을 위한
결단이었다고 했고, 강윤관 원장은 “어려운 상황에 대하여 인식을 같이하고 발상을 전환한 집행부의 지도력과 구국적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진행되는 산자부의 불법 노사관계 지배·개입 분쇄를 위한 우리 노동조합의
투쟁에 일격을 가하면서 산기원만 우선 살고 보겠다는 사업장 이기주의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입니다. 지부 집행부의
서명행위는 월권이자 동시에 노동조합 집행부의 임무와 기능을 상실한 행위이며, 이것이 곧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사유이기도
합니다.
<최진호 지부장과 우경배 사무국장에 대한 전임해지에 관하여>
2월 17일자로 저는 산기원지부 최진호 지부장과 우경배 사무국장의 전임자로서의 신분을 해지한다고 사용자에게 통보하였습니다.
규약에 따르면 전임자에 대한 발령·해지권이 위원장에게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만(규약 제61조), 실제로 이 조항에 따라
전임해지를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경배 사무국장은, 전임해지가 있기 전까지 그럴 만한 아무런 잘못을 한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산기원 지부의 두 전임자는 여러 차례 <산자부 불법 노사관계 지배·개입 분쇄를 위한
투쟁위원회>의 결정을 임의로 어겼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단체교섭 진행 과정과 이른바 잠정합의(안) 처리 과정에서 위원장의
지시에 불응했습니다. 단체교섭이야말로 가장 조직적이고 민주적으로 진행해야 할 중요한 사항일진대, 지부 집행부의 돌출적이고
반조직적인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서 부득이 전임해지라는 초유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향후 수습방안은 무엇인가>
우리 노동조합은 4,100여명의 조합원들을 대표하는 대의원대회와 그 수임기구에서 채택한 단체협약(안)을 갖고 있으며, 현재
일제히 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산자부 산하 기관의 지부들은 특히 산자부의 단협개악 압력으로 인하여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해 왔고, 그 와중에 산업기술평가원에서는 6명의 해고자가 발생했고 단체협약 해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산기원지부의 잠정합의(안) 서명사건은 전체 조직의 어려움을 배가시키는 행위로서 산기원지부 집행부는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저 또한 위원장으로서 현재의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산기원지부의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서 현 사태에 대한 조합원들의 뜻을 경청하고, 위원장으로서 앞장서서 산기원지부의 노사관계를
정상화하는데 모든 힘을 쏟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올바른 절차와 정상적인 교섭을 통하여 산기원과 우리 노동조합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단체협약을 개악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고의로 지연시켰던 임금협약은 우선적으로
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나아가, 이 사태는 본부와 지부 집행부가 다툴 문제가 아니라, 지부 집행부의 비민주적이며
사용자 편향의 행태에 대하여 지부의 조합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말>
전자부품연구원 김춘호 원장이 이윽고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해 왔습니다. 산기원과 섬유개발연구원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이에
맞서서 섬유개발연구원지부는 3월 3일 낮부터 파업투쟁을 준비하기 위한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로 결의하였습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우리 조합원들에 대한 직위해제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판정을 이끌어냈던 산업기술평가원지부에서 두 번째
낭보가 도착했습니다. 우리 조합원들에 대한 휴업명령이 부당한 조치였을 뿐만 아니라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는 서울지노위의
두 번째 결정문이 도달했다는 소식입니다. 산자부에 대한 투쟁이 계란으로 바위치는 격이라며 지레 투쟁을 포기한 동지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금 노동조합으로 힘을 모읍시다. 그리고 당당하고 힘차게 노동조합을 지키고 우리 자신의 일터를 지키는
투쟁의 대열에 함께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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