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중앙 간부 및 조합원 동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00년 9월 출국할 때는 언제 돌아올 수 있을까, 참 기나긴 시간이겠거니 했는데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가고 지난 2월 22일
3.5년의 영국 생활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귀국하였기에 지면을 빌어 동지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한국과 영국의 공공
연구기관에 대한 과학기술혁신정책 비교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제출한 상태이고 약 3-4개월 후에 심사를 받기위해
다시 짧게 방문해야하는 과정이 남아있긴 하지만 오랜만에 다시 동지 여러분 곁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제가 있던 영국
만체스터는 산업혁명과 노동운동의 발상지이자 현재 영국 집권 노동당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합니다. 음악도시로서 영국내
언더그라운드 가수와 그룹은 모두 모여들고 매년 유럽 최대 규모의 게이 축제가 열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엥겔스가 영국
자본주의의 비인간적 참상을 목도하고 분노하면서 칼막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던 곳이기도 하죠. 영국 노동당은 만체스터를
영국의 두뇌도시로 키우겠다며 투자를 늘리고 있고 매년 30-40%씩 외국 학생이 늘고 있는 국제학문도시이기도 합니다.
제가 속한 만체스터 대학 과학기술정책연구소(약칭 PREST - Policy Research in Engineering, Science and Technology)는
학부과정 없이 석박사과정만 운영하는 연구전문학과로서 과학기술혁신정책에 관심 있는 전 세계 정책입안자 및 연구자들이
모여드는 곳입니다.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수업을 듣고 논문을 쓰면서 배운 지식이외에도 PREST와 만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많은
이들과의 교제와 토론은 최근의 영국, 유럽의 동향, 전 세계가 실질적으로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와 과제를 배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또한 저에게는 새로운 활력소이기도
했습니다. 과학기술정책이 단순히 과학기술이나 연구개발에 어떻게 투자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좁은 의미의 접근을 넘어
경제와 사회 전체에 대한 개조와 혁신 정책으로 통합되는 경향들, 그 혁신정책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논쟁은 시사하는
바가 컸습니다.
노동운동 또한 이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대내외적으로 겪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산업별 노조의 연례 대의원대회가 며칠에 걸쳐
치열한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참관하면서, 관료화되고 안주하는 지도부의 조합원 직선제에 의한 교체, 현장단위에서
전개되는 열성 조합원들의 헌신적인 활동 등을 목도하면서 영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기쁨이었습니다. 공공연구기관 종사자들 또한 70-80%가 Prospect라는 산업별 노조에 가입하여 활발하게 정책적 의견을 개진하고
노동자로서의 고민과 자각, 의무를 다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답습하지 말아야할 많은 문제 또한 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었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년 반의 기간은 저에게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고 많은 고민을 정리
할 수 있는 기간이기도 했습니다. 내용을 떠나서 다시금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지면을 빌어
과기노조 동지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와 관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후 가능한대로 각 지부를 방문하여 직접 인사를
드리고 과기노조의 정책사업을 중심으로 현재의 과제 그리고 미래의 전략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들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동지 여러분들이 고생하시는 동안 오래 현장을 떠나있었기에 죄송한 마음 가득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그 마음
이상으로 과기노조의 발전에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리며 이상 짧게 귀국 인사에 가름합니다.
* 편집자주
♠ 고영주 동지는...
- 한국화학연구원 노동조합 위원장
-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1대 2대 위원장(94~96)
- 참과학기술정책연구소 소장(97)
-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해고(2000)
- 현재 과기노조 희생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