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자의 양심에 반하는 연구결과 강요하는
이명박정부는 한반도대운하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
우리 노동조합은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 게시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책임연구원의 글을 보고 충격과 경악,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토해양부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추진계획을 합리화하기 위하여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라 함)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고 기본적인 과학기술자적 양심마저 저버리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학기술자는 전문가적 판단과 학문적 객관성을 토대로 자신의 양심에 따라 연구에 임하고 그 결과물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바와 같이, 취임 3개월이 채 되지도 않은 이명박 정부는 그 동안 연구자의 전문가적 판단과 양심에 반하는 결과를 제출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에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과 전문가들에 대한 정권차원의 대응논리 개발에 출연(연) 연구자들을 동원하였으며 억지 논리 개발을 강요하였다.
대운하 관련 T/F팀을 없애겠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계속 운영을 해 온 사실도 최근에 확인되었다. 이 T/F에는 출연(연) 연구자들이 대거 동원되어 ‘정권의 나팔수’가 되기를 강요당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과학기술자로서의 판단은 접어 둔 채 오직 대운하 추진을 위한 찬성논리의 개발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우석 사태를 겪으며 정부는 연구윤리를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 스스로 연구윤리를 뿌리 채 흔들고 양심마저 저버리라는 강요를 스스럼없이 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출범부터 주요 정부기관장들과 출연(연) 기관장들에 대한 사퇴 강요, KBS 사장 퇴진 요구, 각종 방법을 동원한 언론 통제 시도와 비판적 언론 재갈 물리기를 마치 점령지에 들어선 군사정권처럼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행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이제 출연(연) 연구자들의 전문가적 판단과 양심을 송두리째 파괴하고 있다. 정권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적 주요 과제와 목표에 대하여 전문가적 판단과 학문적 객관성에 근거하여 정책대안을 개발해야 하는 출연(연)의 막중한 공공적 임무와 연구풍토를 황폐화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토해양부는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30 억 원의 대규모 연구용역을 발주하여 대운하 추진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 연구용역임에도 연구자체를 대외비에 준한 내용으로 분류하고 연구자들에게 강력한 보안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내용에 대해 철저히 함구할 것을 연구진에게 강요하고 있다. 정부연구용역을 군사작전 하듯 비밀리에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른 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국민의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아지자 이명박 정부는 최근 대운하를 ‘치수’로 포장해 국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으며 이 논리의 개발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출연(연) 연구자들을 대거 동원하고 있다. 동원된 연구자들은 그 동안 이로 인한 극심한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 왔으며 김이태 책임연구원의 결단은 이런 정신적 고통의 과정에서 나온 일이다.
우리 노동조합은 앞으로 이와 관련하여 진상을 낱낱이 조사하고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며, 이를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한반도 대운하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양심적 국민 및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저항의 선봉에 나설 것이다. 또한 정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사용자측이 용기 있는 결단을 한 김이태 책임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압박이나 불이익을 강요한다면 조직의 모든 역량을 모아 이를 저지하기 위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이태 책임연구원의 과학기술자로서 양심과 용기에 무한한 존경을 표한다.
2008. 5. 24
민주노총 / 공공운수연맹 /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