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동지 여러분.
2004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산업기술평가원의 6명의 해고자 동지, 그리고 2001년 초 과기원 파업에 대한 유죄판결을 이유로 면직(해고)된 우리 노동조합 전
위원장 장순식 동지와 전 부위원장 황규섭 동지의 복직투쟁을 결의하면서 위원장으로서 새해 첫 인사를 드립니다
참으로 잔인한 2003년에, 우리는 안팎에서 많은 투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고 힘의 한계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러한 투쟁의 와중에서 우리 노동조합의 일상 사업들이 상당히 위축되었거나 실종되어 버린 것에 대해서
위원장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대정부 정책투쟁의 중심이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본부는 지부 투쟁 지원과 당면
현안투쟁에만 매몰되어 버렸고, 지부는 산별노조의 현장 거점으로서보다는 기업별노조의 관성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단위
사업장의 문제에만 우선적으로 매달렸던 것이 2003년에도 확인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이제 2004년을 시작하면서 저는 우리 노조가 올해 해야 할 몇 가지중심사업과 그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산자부의 불법 노사관계 지배. 개입 분쇄를 위한 투쟁을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하여 지금부터 더욱 철저하게 준비하고
현장을 조직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10월 이후 전국적 노동탄압 분쇄투쟁과 우리 노조 임금교섭에 밀려서 그 진척이 상당히
더딘 단체교섭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해고된 동지들을 복직시키기 위한 투쟁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동되고 있는
지부의 정상화를 위한 사업도 이와 동시에 진행해야 할 내용들입니다.
총선 이후 가속화될 연구회 체제 개편과 출연기관 구조 개편에 대한 대응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준비는 하고 있으나 대중적인
논의를 더욱 풍부히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동지들이 요구하고 있는 PBS 폐지 또는 본질적 개혁을 위한 투쟁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고, 우리 노조의 총력을 쏟아야 할 사항입니다. 정책사업에 관한 현장의 제안들을 폭넓게 수용하고 노조의 입장에서 명확한
대안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심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일련의 사업, 그리고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내실
있는 정치사업들이 4월 총선을 앞두고 마땅히 우리 노조가 준비하고 수행해야 하는 일이 되겠습니다. 지역사회에서
과학기술노동자들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장치도 다각도로 마련하고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2003년도 사업으로 확정해 놓고도 세부 추진이 대단히 미진했던 우리노조 조직 확대 강화사업과 비정규직 사업에 대한 풍부한
논의와 실천은 올해 기필코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되는 핵심사업이 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임자와 간부들에 대한 교육,
조합원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선전매체를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민주노총의 깃발 아래 함께 투쟁해야 할 사안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7월1일부터 시작하는 주 5일제 도입을 앞두고 노동조건
개악을 저지하는 투쟁과 이른바 노사관계선진화방안을 내세운 노동탄압을 분쇄하는 투쟁, 열사들이 죽음으로 항거했던
손배.가압류 금지 제도화 투쟁, 전체 노동자의 장래 삶의 질을 좌우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복지 쟁취를 위한 투쟁, 모두가 우리가
함께 해야 하는 투쟁입니다. 이렇게 열거해 놓고 보면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을 집행하고
투쟁을 수행하는 집중력과 조직력의 문제가 관건입니다. 본부나 일부 전임자들만이 앞장서고 모두가 방관하는 사업이요
투쟁이라면 성과는커녕 패배의식만 심화시킬 뿐입니다. 총력투쟁을 결의하고서도 그 준비과정에 철저하지 못하다면 헌신과
열의로 달려가는 동지들에게 허탈감을 선사할 뿐입니다. 결국 간부 동지들, 특히 전임간부들의 통일된 인식과 실천의 의지가
관건입니다.
노조 내부적으로 위원장의 일상적인 역할은 바로 간부들과 밀착되어 간부들 사이에 놓인 인식의 차이를 뛰어넘어 우리 조직의
사업과 투쟁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현장 조합원들이 노조에 대한 애정과 신뢰에서 더 나아가 직접 사업에 참여하고 투쟁에 참가할 수 있도록 현장의 요구에
기반한 이슈를 정확히 설정하고 대안을 찾아내는데 앞장서는 일이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말로만 해놓고 실천하지 못했던 많은 기억들이 제 뇌리에 박혀 있습니다.
전태일 열사 이후 죽음으로 자본과 권력의 모든 억압에 저항했던 선배 영령들과 우리 노조를 만들고 지켜 왔던 선배 동지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노조를 만들기 위하여 올 한해 온몸을 던지겠습니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산별노조 건설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우리 노조가 가야 할 방향과 해야 될 일에 대하여 함께 고민하고 얘기하는 2004년을
기대하고 또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사업계획 논의 과정에서 좀 더 많은 현장의 간부들과 조합원들을 만나 뵙고
동지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 만납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덕담보다는 우리 함께 노조를 중심으로 힘을모아 우리들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이
세상을 살맛나는 노동자 세상으로 바꾸어 보자는 다짐으로 새해 인사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