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7주차 출근투쟁일기(2005.1.4.) |
2005년 1월 4일 화요일
상큼한 아침 공기와 함께 한 새해 첫번째, 7주차 출근투쟁
화학연구원지부의
이운복 지부장, 이상호 부지부장, 구동완 조직1부장,
김태순 문화부장, 박효정 총무부장
본부의 김영목 사무처장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정승용 지부장,
항공우주연구원지부의 권도경 동지,
민주노동당 유성구위원회 강경숙 당원관리부장
그들과 함께 출근하는 화학지부 조합원및 직원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였다.
많은 이들이 차를 타고 들어가며 새해 인사를 한다.
몇몇 조합원들은 직접 다가와 덕담을 건넨다.
"올해는 복직 하셔야죠?"
"새해 복많이 쟁취하실거죠?"
....
느닷없이 검은 세단이 옆에와 선다.
현수막에 아로 새겨진 이름으로 유명해진 김충섭 원장이다.
현수막을 붙들고 있는 동지들에개 다가와 일일이 악수한다.
그리고는 들고있는 현수막을 보며
"제 이름은 좀 빼 주십시요"라고
농을 건넨다.
그러고보니 현수막에 두 이름이 선명하다.
'김충섭 원장은 고영주 동지를 복직시켜야합니다'
화내고 찡그리는 것보다야
먀냥 무시하고 지나치는 것보다야
아침 추위에 자신을 향해 무엇인가를 요구하며 서있는 이들에게
새해 아침 악수를 청하는 여유가 있어
좋아 보이긴 한다.
해고된지 4년, 2004년 7월말 귀국 이후 5개월,
출근투쟁을 시작한지 7주만의 첫번째 반응치고는
좀 쌩뚱맞은 것 같긴 하지만...
2005년 새해의 많은 과제중 복직은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중요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것 중의 하나이다.
과기노조는 중앙위원회 결정을 통해
2000년 9월 고영주를 노조 전임자 신분으로
영국으로 파견한다.
전임 활동의 일환이기도 했고
노조로서는 하기 힘든 멀리 내다 본 투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충섭 원장은
노조 전임자 출근의 의무를 강조하며
결국은 무단 결근으로 징계 해고를 감행한다.
물론 전후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사례가 없는 탓이기도 하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도 작동했을 것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사용자측의 심리적 부담이 약해진 탓도 있었다.
단체협약 준수의 원칙도 노사관계 악화에 대한 우려도 따라서
방어 기제로 작동하지 않았다.
더구나 촉박했던 일정과 당시의 과기노조 집행부 교체시기와 맞물려
고영주 해외 전임 파견에 대한 노조 내부의 광범위한 토론과 공감대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이 사측에게는
해고의 부담을 더욱 감소시키기도 했다.
해고를 피할 수있는 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노사 양측의 주장의 차이이다.
과기노조는 전임자 인사및 활동의 자율성을 주장하고
사용자측은 출근의 의무를 주장한다.
노동조합은 노조의 전임자에 대해
누구를 전임자로 할 것인지
전임 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전임 공간은 어디로 할 것인지
전임자로서의 역할과 활동 내용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등등은 모두 노조의 자율적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자 국제 연대가 확대 강화되는 시점에
해외에서의 전임 활동은 안된다라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노조의 오랜 정책적 고민거리 중 하나인
정부출연기관및 공공연구기관에 대한 정책 대안을 담은 것이었고
박사과정중 해외의 많은 정책 전문 연구자및 노동조합과
교류 연대하며 노조의 정책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라면
중요한 투자이고 중요한 전임활동이지 않은가.
더구나 초기업 단위 노조이자
과학기술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책무를 대표하는
과기노조의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측은 전임자 출근의 의무를 주장한다.
해외 박사과정은 출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임활동으로
인정할 수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징계 해고의 사유는 "무단결근"이다.
지금 이 건은 1년 가까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노동위원회와 고등법원까지는 사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 판결의 근거는 예전의 기업별 노조 시절 판례였다.
'노조의 전임자라 하더라도 출근의 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
그러나 그것은 기업별 노조 시절의 기업별 노조에서의 사례이다.
과기노조를 시작으로 해서 초기업 단위 노조가 이미
노동조합 조직 형태의 주를 이루고 있고 더욱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해갈 것이다.
초기업단위 노조 전임자는
사업장에 출근하지 않거나 아예 사업장 밖 노조 사무실
혹은 다른 사업장, 다른 공간에 배치되어 전임활동을 하기도 한다.
국제연대 활동이 늘어나면서 해외 파견을 통한 교류도 늘어나고
있다.
고영주에 대한 잘못된 판례와 사례는
다른 초기업단위 노조 전임자에게는 족쇄가 된다.
아니 초기업단위 노조의 운영 원리를 원칙적으로 부정당하는
있어서는 안될 사례가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법원은 지금 고민중일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고영주와 과기노조는 복직을 포기할 수없는 것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법원 판결 이전에
김충섭 원장의 전향적인 자세이다. 결자해지의 결단이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기노조의 단결과 투쟁이다.
노조활동과 연관된 그 어떠한 해고나 징계도 원상회복시켜야
한다는 강고한 믿음이다.
귀찮고 끈질긴 복직 투쟁은 또 다른 해고의 유혹을 줄이는
방편이기도 하다.
물론 그 복직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대공장 노조처럼 파업을 동원하는 방식도 용이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복직 투쟁의 길은 멀고 험하다.
2005년 매주 화요일 아침 출근 투쟁은
당연하게도 요모조모를 고려한 복직투쟁이다.
그 투쟁은 복직될 때까지 이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복직에 대한 광범위한 요구의 확산
다양한 참여의 확대
그리고 다른 여타의 복직 투쟁의 수단 또한 만들어질 것이다.
........
새해 첫번째 출근 투쟁 보고가 길어졌다.
새해의 상념이 컸던 탓인가, 복직의 의지가 커지는 탓인가....
고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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