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5주차 출근투쟁 일기(2004.12.21.) |
12월 21일 5섯번째 출근투쟁...
일주일이 참 빠르다.
올겨울들어 제일 춥다해서 양말을 두켤레 신었다.
바람이 안불어 그래도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전날의 술과 수면부족으로 머리가 아프다.
아침도 못먹고 부리나케 달려가보니 8시 20분 정각
이운복 지부장과 박효정 총무부장 둘이서
벌써 현수막을 들고 서있다.
슬그머니 옆에가서 현수막을 붙들자니
동지들이 하나둘 모인다.
다음주 화요일에는 1착으로 가리라...
아침 찬바람에 현수막을 붙들고 서있는 일에
이제 점차 익숙해져간다.
관성적인 출근투쟁이 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고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귀한 시간이기도 하다.
동지들과 함께 서있으면서
노동조합과 함께해온 날들을 떠 올리고
이후로도 언제나 함께할 날들을 그려보며
기구한 팔자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화학연구원 정문에 서면 만감이 교차한다.
오래전 화학연구원 정문에서
조합원들과 서있던 때가 있었다.
91년 하반기 이후 정부가 참으로 저돌적으로 추진했던
이른바 "출연기관의 기능재정립"
그것이 노리는 것중의 하나는 노조무력화였다.
과학기술원, 기계, 전자통신...
많은 출연기관노조들이
그 와중에 가슴아리게 무너져갔다.
그해 겨울 화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91년 12월 내내의 농성과 출퇴근 투쟁
92년 새해 첫출근하는 날부터의 전면파업...
파업 이후 거세진 연구원측의 탈퇴 압력...
100여명에 이르는 조합 탈퇴서...
노조 임원에 대한 해고의 위협..
그 전쟁은 봄까지 이어졌다.
화학연구원 식당과 강당,
그리고 정문은
노동조합의 고난과 투쟁의 현장이었다.
그 때 그렇게 정문에서 조합원들과 함께했었다.
주위의 많은 동지들이 달려와 연대해주었다.
물론 우리는 그 기나긴 과정에서 승리하였다.
고영주 이운복의 정직 2개월이 있었지만
조합원은 결국 한명도 탈퇴하지 않았다.
파업으로 노조의 요구를 관철하였고
노동조합은 더욱 강력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화학연구원 정문에 서면 그 때 그 기억,
힘들면서도 웃으며 함께했던
그 때 그 동지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제 복직투쟁을 하는 지금...
그 때처럼 12월 겨울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함께다.
화학의 조합원들이 있고
다른 사업장에서 달려온 동지들이 함께한다.
출근하며 반갑게 인사하며 격려하는 조합원들에게서
과거 투쟁의 역사를 읽는다.
함께 서있는 여러 동지들로부터 노동조합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를 발견한다.
화학의
이운복 지부장, 박효정 총무부장,
신동오 정보정책부장, 윤병태 조사통계부장
한의학 지부의 강봉주 지부장
본부의 김영목 사무처장, 이경진 조사통계국장, 이광오 총무국장
원자력 지부의 조광훈, 오완호 동지
전자통신의 원용숙 동지...
5주차 출근투쟁은 그들과 그렇게 함께 하였다.
특히 조광훈, 오완호동지는
젊은 날부터 함께 만나고 토론하고 행동했던
정말 오래된 동지들이다.
현직 간부가 아닌데도 달려와주었다.
가슴떨리는 반가움이 있었다.
원용숙 동지는 목소리도 이상하고 감기가 걸린 듯한데
내색하지 않고 서있는다.
전자통신노조의 영광과 좌절, 다시 피는 희망을
꿋꿋이 함께해온 살림꾼이다.
그들이 던지는 한마디...
"조합원들이 정말 인사도 잘하고 반응이 좋습니다"
"꼭 복직하셔야겠습니다"
"노동조합을 떠나기 어렵겠습니다"
김충섭 원장의 부당한 해고
그러나 그 해고를 통해, 복직투쟁을 통해
나는 다시 태어나고 있다.
다시 동지애를 느끼고
다시 살아움직이는 강력한 과기노조를 꿈꾼다.
고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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