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9주차 출근투쟁일기(2005.1.18.) |
2005년 1월 18일 9번째를 맞는 매주 화요일의 출근투쟁...
머리가 묵직하다.
현수막을 붙잡고 서있는 것에 약간의 현기증도 느낀다.
전날 회의가 늦게 끝난 탓인지...
12월28일부터 시작된 KIST 지부 파업 마무리로 긴장이 풀린 탓인지...
KIST 지부의 파업은 잘 마무리되었다.
11월말 교섭 결렬 이후 천막 농성, 경고파업에 이어
전면파업 18일차에 잠정합의를 보았고
20일차인 월요일 오전에 82%의 찬성으로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다.
6개 주요 요구중 5개가 거의 노조 요구대로 관철되었다.
무엇보다 파업 투쟁은 조합원들에게 노동자임을 깨닫게 했고
노조를 통해서만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기관장과 경영진은 노조를 중요한 대화의 상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평소 노동조합의 자주적 민주적 일상활동이 중요하다는 것도
과기노조가 상급단체가 아니라 '우리 노조'라는 것도 알게되었다.
우리의 권익을 지키고 기관을 바로세우는 것이 비정상적으로
비틀어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일과 맞닿아있다는 것도
어렴풋이 짐작하게 되었다.
파업 참가 117명의 조합원은 비로소 진짜 노동자가 되었다.
찬반투표 총회를 마치고 조합원들과 인사하는데
괜시리 콧등이 시큰하다.
출근투쟁내내 머리가 아프면서도
KIST 조합원들을 생각하며 힘을 낼 수있었다.
한편으로는 파업 과정에 조합원들의 뼈아픈
꾸지람이 자꾸 떠올라 가슴이 아른거렸다.
"조합원들이 과기노조를 피부로 느낄수없다"
"투쟁을 해야 그나마 과기노조가 있는지 안다"
"대동제를 가도 조합원은 소외감을 느낀다"
"간부들만의 과기노조가 아닌가"
"도데체 과기노조는 어디에 있는가"
이날 오후 2시 과기노조 중앙위원회는
계롱산 산신령앞에서
중앙위원회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였다.
7대 임원이 구성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위원 전체가 과기노조를 책임있게 끌고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7대 집행부 구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결의를 담은 것이기도 했다.
비대위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비대위를
하루속히 해산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들어서게될 7대 집행부가
곧바로 안정된 업무를 수행할 수있도록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기반을 만들어주는 일 또한
중요한 임무가 될 것이다.
물론
당면한 원자력안전기술원 지부의 투쟁 지원과
노조로서의 다양한 일상활동을
차질없이 수행해야하는 과제도 있다.
- 6대 집행부 활동 정리와 평가
- 과기노조의 종합적인 발전 방안
- 2005년 사업계획및 예산(안)
- 2005년 임금교섭 계획
- 연구회및 출연기관의 발전 방안
- 국가연구개발 평가제도및 예산배분시스템의 개혁 방안
- 각 지부 현안 투쟁 지원
- 연맹, 지역본부, 민주노총, 과학기술부문단체등과의 대외 연대
- 기타 책임있는 일상 활동
등은 아마도 가능한 수준에서 정리해나가야하는
구체적인 과제들일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임무들이다.
비상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비상대책위원회가
다시 높이 날아오르는 비상과
희망의 싹을 틔우기를 소망해본다.
과기노조 초대 2대 위원장이었던
해고자 고영주에게
그 비대위 위원장의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고총장'은 이제
실로 오랫만에 다시 '고위원장'으로 되고 있다.
두려운 일이고 피하고 싶었던 일이지만
다시 조합원앞에 머리띠를 묶는다.
과기노조를
과기노조의 주인인
전체 조합원에게
다시 돌려주어야한다는 소망.
4,000여 조합원 한사람 한사람이
각 사업장과 지부의 벽을 뛰어넘어
같은 과기노조의 조합원으로서
함께 손을 맞잡아 단결하고 일체감을 느끼는 기쁨.
우리를 바꾸고 공공기관을 바꾸고 과학기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강력한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그것은
우리가 갖고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인
과기노조 전체 전임자, 사무처 동지들
본부 대의원
각 지부의 상집간부 및 대의원
과기노조 안팎으로 퍼져 노조를 걱정해주는 전직 간부들
한때 과기노조였고 지금도 내용적으로 과기노조인 노조들
과기노조에 대한 애정과 비판으로 함께해줄 연맹과 지역의 동지들
그리고 무엇보다 노조를 지켜주는 조합원들
조합원은 아니지만 노조를 걱정하고 격려하는 비조합원들
잠재적 조합원들
.....
과 함께 현실화 될것이다.
32살에 동지들과 함께 만들어
미친듯이 신나게 열정을 바쳤던,
전태일상에 빛나는 과기노조
이제 43살
그때의 그 열정으로 돌아가
전태일 정신을 되살리며
이제 다시 온몸을 던지고자 한다.
함께 가자.
고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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