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내 옆의 동지는 최영섭 위원장 직무대행이었다.
참 고민이 많으신 듯하다.
여러가지를 두런두런 말씀하시다가
인사 안하고 들어가는
비조합원들에게 인사도 안하고
간다고 한마디 쏘아붙이신다.
"저렇게 인간미도 없고 공동체 의식이 없어서야...쯔쯔..."
"저를 모르고 노조도 모르는 직원들이 많은데 이해하셔야죠"
라며 공연히 혼나는 직원들을 변호해보지만
그들이 모조리 인사할 때까지
너무 오래 출근투쟁을 할까 걱정이기도 하다.
출근 투쟁 막바지에 잠깐 경비실에 다녀왔다.
정문 경비실 내부의 화장실 이용은 처음의 경험이다.
이제는 낯이 익어서인지
정문을 철통처럼 지키는 경비 아저씨들이
참 친절하게 잘 대해준다.
출근투쟁이 끝나면 가끔 몇명씩 아침이나
차를 한잔 하곤하는데
지난주 과기연에서의 시무식 참석에 이어서
이날도 오전11시부터 과기연에서 있는
수도권 지부장단 회의에 참석하느라
최영섭 위원장 직무대행과 함께
바로 서울로 내달렸다.
수도권 지부장들이
현재 전면파업 보름을 넘겨
3주째 접어들고 있는
과학기술연구원 지부의
투쟁 지원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차기 집행부 구성과 관련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도 했다.
도착하니 많이 모여
모두다 원장실 앞 연좌농성을 진행중이었다.
지부장들이 원장실앞 연좌농성을 계속
진행하고 이번주까지 안끝나면
다음주에 과기노조 차원의 강도높은
투쟁으로 전환하자고 결의한다.
88년에 파업하고는
지난 16년간 파업이 없었던 과기연지부의
전면파업은 2주를 넘기면서도 흔들림이 계속된다.
놀랄만한 단결력이다.
조합원들은 파업을 통해 반성하고 스스로 변화한다.
노동자 의식을 깨우치고 진정한 조직 민주주의를 경험한다.
과기노조에 대한 기대와 불만을 경험하며 사업장을 뛰어넘고
이어지는 강연과 대외 집회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그들의 투쟁이 노조와 과기연을 바꾸는 것이고
세상을 바꾸는 일임을
조금씩 알아간다.
'지원 인력의 결원보충및 신규인력채용'
'기사사무직 원급으로의 명칭통합'
'미승인학위 인정'
'각종 위원회 참여'
'당직제도 개선'
'신규직원 입사시 노조 교육 시간 배정'
'학자금 지원 제도 개선'
'직종 직급간 차별철폐'
그들의 요구는 대부분의 다른 정부출연기관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그들의 분노와 반성적 결의는 더욱 크다.
과기연은 상층부 연구직의 엘리트 의식, 계급 문화
보직자들의 관료주의와 보신주의가
유난히 가득차있는 곳이다.
오랜 차별과 냉대,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
거기에 김유승 원장의 노조 무시와 교섭 해태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조합원들은 자신들의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고
이제 노조마저 무시하는 원장과 경영진에게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자존심을 보여주자는 결의로 가득차있다.
그것은 과기연 노사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그들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계속되어지는 평가를 통해
과기연지부가 안고있는
다양한 문제와 약점들을 분석하고
하나하나 치유해갈 것으로 믿는다.
그 평가에 있어 주요한 주제중 하나는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이다.
- 한개 지부가 파업하고 있을때 과기노조의 다른 지부들이
얼마만큼 강하게 결합하고 연대할 수있는가?'
그러나 지금 과기노조는 피할 수없는
더 많은 질문과 고민에 부딪혀있다.
- 한개 지부의 현안문제 해결에 있어 과기노조의 존재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작동해야 하는가?'
- 몇개 지부에 걸치거나 과기노조 대부분 사업장에 공통으로
걸려있는 과제들을 과기노조는 어떻게 접근하고 돌파할 것인가?'
- 큰 틀의 노동운동, 정치운동, 사회운동에 있어 과기노조의 역할은
무엇인가?
- 과기노조 임원회의, 중집위, 중앙위, 대의원대회등 각종
회의및 조직체계의 작동원리와 바람직한 방식은 무엇인가?
- 더 나아가 과기노조의 조직 형식과 체계는 완결형인가?
- 본부 임원및 사무처, 지부의 지부장 및 상근 간부, 여간사등 과기노조 전체 전임자의 역할과 임무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가?
- 재정 구조및 운영 방식은 어떠해야하는가?
- 바람직한 교섭 구조와 교섭 방식은 어떤 것인가?
-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는 노동조합을 어떻게 만들것인가?
- 각 지부의 자율적 활동력이 살아 움직이는 그러면서 한덩어리로
움직이는 강력한 과기노조는 가능한가?
- 비조합원 그리고 대사회적 영향력은 어떻게 확대되어야 하는가?
- 전문 역량을 갖춘 오래된 간부와 열정과 의욕이 넘치는 신진
간부들의 조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 전문 역량은 어떻게 강화하고 신진 간부와 열성 조합원은
어떻게 육성하는가?
과기노조앞에 가로놓인 산적한 과제들은
이러한 질문과 고민에 대한 해답찾기를 재촉하고 있다.
전통, 과기원, 산기원, 산기평...잃어버린 우리들의 동지들
스믈스믈 확대되는 원심력
언제 해소될지 모르는 7대 집행부의 공백
조직내 다양한 견해와 활동 방식의 차이, 그 차이를 해소하는 방식
조합원의 의사와 요구, 참여가 원활히 흐르지 못하는 의사소통 구조
조합원의 고령화와 비정규직의 확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나약한 노조에 집착하는 정부
기관장과 경영진의 여전한 정부 눈치보기와 보신주의
.......
물론 해답 찾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한가지 방식으로 해결될수 있는 것도 아니다.
획기적인 처방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조급하게 찾아지는 것도 아니다.
마치 생물처럼 꿈틀대며 역동적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에 해답은 녹아들어있고 그 자체도 변화한다.
그래서 위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시 태어나는 진통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짜 위기로 발전할 수도 있고
다시 태어나는 진통을 통해 다시 성장할 수도 있다.
물론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1차적으로 과기노조 전체 조합원에게 달려있다.
과기노조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선택했던 도전이었고 실험이었다.
그 도전과 실험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성공의 영광과 실패의 고통은 온전히 우리 모두의 것이다.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홈페이지는 정보를 나눕니다.
NO COPYRIGHT JUST COPYLEFT! 이메일주소 무단 수집거부
주소 : (우:305-335) 대전광역시 유성구 궁동 490-11, 승은빌딩 5층 Tel : (042)862-7760, Fax : (042)862-7761
(우:137-898) 서울특별시 서초구 양재동 348-3 정우빌딩 2층 Tel : (02)2058-2775, Fax: (02)2058-2776
새소식
다음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