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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정부 출연(연) 연구활성화 방안"에 대한 성명서
소위 ‘전문연구단위’의 조급한 일방적 추진은 중단되어야 한다.
지난 5월 24일 한 일간신문에 “출연(연) ‘전문연구단위’로 재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가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이하 ‘과기자문회의’라 함)는 바로 같은 날 위 신문의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를 발 빠르게 내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① '출연(연) 전문연구단위' 문건[“정부출연(연) 연구활성화 방안”, 2005. 4. 3]은 정부 차원에서 확정한 바 없으며, 2005년 9월부터 시범운영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 문건은 실무회의 참석자가 발제한 회의 자료이며, 청와대나 과기자문회의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니다.
② 전문연구단위는 실무적으로 연구 작업 중인 안으로 청와대가 직접 개입한 바가 없다.
③ 현재 검토 중인 ‘전문연구단위’ 안은 안정적인 연구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출연(연)의 연구역량을 제고하기 위하여 소프트웨어적인 차원에서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이 해명자료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한 인터넷 매체에 따르면(www.hellodd.com 2005. 6. 23), 과기자문회의 간사위원을 맡고 있는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6월 23일 대덕연구단지의 한 출연(연)에서 연구단지 기관장들과의 간담회를 통하여 국가전략목표에 부합하도록 출연(연)을 단위과제 중심의 전문성을 가진 강소형 연구조직(전문연구단위 중심의 연구수행 방식)으로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에 대한 과기자문회의의 해명자료나 반박자료는 아직 없음). 즉 전문연구단위 중심의 출연(연) 활성화 방안은 2005년 9월부터 시범운영하기로 되어있었고 청와대나 과기자문회의의 공식의견이었으며,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였던 것이다.
한 달이면 그대로 드러날 일을 과기자문회의는 왜 감추려하였을까를 궁금해 할 여유가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없다. 현재 출연(연)들이 소위 ‘전문연구단위’를 ‘만들어내느라고’ 분주하고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과기자문회의와 청와대가 출연(연) 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소위 ‘전문연구단위’로의 재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상 · 내용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그에 대한 관련 정부부처와 기구의 답변을 요구하고자 한다.
첫째, 청와대와 과기자문회의가 출연(연)의 기관운영시스템을 근원적으로 바꿔버릴 수 있는 ‘전문연구단위’라는 조직재편을 추진하면서, 관련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와 토론, 의견조정을 거치지 않은 채 하향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참여정부’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일이고, 연구현장의 구체적인 운영구조(인력, 예산, 연구 활동 등)의 현실과 문제점을 일상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일선 연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출연(연) 조직재편 방안이 실효성을 전혀 갖지 못할 것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한 달이면 사실로 드러날 일을 해명자료를 공표하면서 부인하는 과기자문회의의 행태는 떳떳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책기획과 집행과정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비밀스럽게 일을 추진하고 있는가?’라는 연구현장의 불만은 그래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둘째, ‘전문연구단위’ 도입을 통한 출연(연) 활성화 추진과정에서 출연(연)의 주무부처이자 감독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관련 이사회(기초 · 공공 · 산업이사회)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고 있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과 과기자문회의가 주도하고 있다. 과기자문회의는 어디까지나 자문기구이고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은 이 자문기구의 간사위원이다. 자문기구가 정책기획과 실행 과정에서 실제의 주무부처나 감독기관을 제치고 앞장서는 일은 모양도 좋지 않을 뿐 아니라 국가과학기술행정체계를 혼란시키는 데 기여할 뿐이다. 새로운 국가과학기술행정체계를 구성하는 주요 기구들(국가과학기술위원회, 과기자문회의, 과학기술혁신본부 등) 사이의 실질적 조정과 협력의 부재, 역할분담의 불명확성이 지적되고 있는 요즈음, ‘월권’으로도 비칠 수 있는 자문기구의 행태는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과기자문회의가 추진하는 대로 ‘전문연구단위’가 도입되려면, 과기자문회의 문건도 지적하고 있듯이, 연구기관 내부의 인력충원과 이동, 예산, 연구기획과 실행 및 평가, 임금체계, 연구장비관리 등 출연(연)의 연구조직과 예산체계 및 인력관리시스템의 전면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이와 아울러 연구회의 조정기능, 기획예산처의 예산배정기준 변경 등 출연(연) 외부적으로도 관련 기구들의 제도와 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실질적으로 이렇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전문연구단위’를 과기자문회의와 청와대는 올해 3월부터 시작하여 겨우 몇 달의 요식적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 9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고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욕과잉 때문에 멍드는 것은 출연(연)이다. 현재 출연(연)은 전문연구단위 구성을 둘러싸고 큰 혼란을 느끼고 있으며, 기관평가의 불이익을 우려하여 전문연구단위를 억지로 구성하는 연구기관들도 있다고 한다. 이미 실시중인 “21세기 프런티어 사업단” 등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존 조직체계와 전문연구단위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꼭 또 다시 새로운 조직체계를 도입해야만 출연(연) 활성화가 가능한 것인가 등 연구현장의 근원적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혼란과 불만은 출연(연)의 안정적 연구 분위기 조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출연(연) 활성화를 내걸고 출연(연)을 둘러싼 새로운 제도나 조직체계, 예산제도 등이 도입되었지만,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였다. 이제 출연(연)을 둘러싸고 또 다시 급조된 가시적 기구개편이나 조직개편 방안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충분한 협의와 토론, 상호학습을 통하여 출연(연)에 대한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발전방안과 활성화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 노동조합은 언제든지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밝혀 둔다.
끝으로,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우리 노동조합은 소위 ‘전문연구단위’의 조급한 일방적 추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출연(연)의 실질적 주무부처 및 감독 · 관리기구가 출연(연) 활성화를 위한 종합적 대책마련을 위하여 우리 노동조합을 포함한 관련 이해당사자들과 진지한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우리의 문제제기와 제안에 대한 성실한 답변을 기대한다.
2005년 7월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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