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회 요청에 의한 정보화촉진기금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최근 발표되고 그에 따른 검찰수사 확대 등의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가연구개발사업 추진과정 전반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져 가고 있다.
특히, 이번 감사결과의 핵심에 있는 유니와이드 관련 부분은 지난 2002년 4월 우리 노조 정보통신연구진흥원지부를 통해 문제 제기가 되었던 것이며, 당시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 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종결짓지 못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 측면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번 감사결과에서 또다시 드러났지만, 우리 노조에서는 공직윤리에 소홀했던 개별 차원의 피상적 문제점 이외에, 이러한 부정과 비리가 발생하게 된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른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진행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체제 개편방향에 대한 우리 노조의 지난 8월 6일자 기자회견자료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국가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부처의 과도한 지배․개입과 이와 연관된 연구관리기구의 불투명성․비민주성이 근원적인 문제점이라 할 수 있으며, 특히 혁신 주체의 하나인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편향된 시각도 분명히 교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비리의 배경에는 연구관리기구에 대한 낙하산 인사와 청탁과 같이 부처의 과도한 지배․개입을 포함하는 지배구조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이러한 부분이 시정되지 않는 이상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라도 재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연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한 경쟁적 로비 등 PBS제도 자체가 국가연구개발사업의 부정․비리구조에 일조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비단 이번 감사결과 드러난 정보화촉진기금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범부처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노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정부의 각성을 촉구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심지어 부정․비리 사실을 고발한 조합원들을 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산하 연구관리기관들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정부 부처가 조장하고 독려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특히, 산업자원부의 경우 연구개발사업과 관련한 비리 폭로에 노조가 앞장섰다는 것에 대한 보복으로 산하기관에 대한 예산지원 중단 및 기관장 문책협박을 통해 노조에 대한 공격을 명령했으며, 기관장들은 조합원 탈퇴 강요, 부당 노동행위, 부당해고, 노동조합(과기노조) 탈퇴 압력, 단체협약 해지 등으로 무조건 복종해왔다.
또한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평가원의 일련의 평가비리 의혹에 대해 우리 노조에서 감사원에 제출한 국민감사청구가 받아들여진 이후 여러 달이 지났으나, 현재까지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도 정부의 투명한 정책집행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경제를 떠받치고 활력을 불어 넣어야 할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의 취약점은 곧 우리 경제의 약점이며, 이러한 취약점은 주로 정부를 포함한 공공부문과 연관된다.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의 기술경쟁력 제고와 국민경제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공공부문이 국가과학기술혁신체제에서 정의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거나 취약한 상태로 장기간 지속될 때 국민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게 된다.
시장실패와 시스템 실패를 보완하고 과학기술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국가의 개입이 불가피하고 확대되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책결정과 집행에 있어 관료문화의 독점 내지는 과도한 지배를 용인하는 것은 분명히 아닐진대, 지금까지 각 부처의 지배와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구조를 형성해 온 각 부처 산하 연구관리기구와의 관계에 대해서 지금부터라도 민주적인 지배구조를 제도화하기 위해 정부 부처와 관료들은 뼈를 깎는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부 해당 부처 및 관련 기관들은 이번 감사결과에서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엄정한 사후조치를 통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나아가 노조의 경영참가, 내부고발자 보호, 실질적인 감사시스템 확립 등 실효성 있는 근원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그러한 조치들을 국가과학기술체제 ꡐ혁신ꡑ의 관점에서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감사원은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평가원에 대한 우리 노조의 국민감사청구에 대하여 신속하게 감사를 진행함으로써 국민적 의혹을 밝히고 더불어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분명히 내릴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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