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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은 국책연구기관의 ‘지식시녀화’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국무총리실이 경제·인문사회 계열 국책연구기관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월 초, 국무총리실은 23개 기관을 10개나 16개로 통폐합하여 관련 부처로 환원시키거나 거대 규모의 종합연구원으로 통폐합하여 대통령실 또는 총리실에 소속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은 이 방안을 연내 관철할 계획이며 최대한의 시간 단축을 위해서 11월 정기 국회에서 의원입법발의 및 연내 법안 통과까지 마무리짓겠다고 하였다.
◉ 국무총리실은 국책연구기관을 권력연장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모든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
국무총리실은 지난 4월 직접 국책기관의 기관장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법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들의 사표 제출을 독촉하였다. 이에 기관장들이 줄사표를 내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켜 다섯 달 가까이 국책연구기관을 표류하게 하였다.
국책연구기관과 정부 산하 단체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공공기관운영및관리에관한법률”(공운법)과 “정부출연연구기관설립운영및육성에관한법률”(정출연법)은 지난 정권에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소위 ‘코드인사’를 방지한다며 입법과정을 주도한 법률이다. 전문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국책연구기관의 기관장 임기 보장은 국책연구기관이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연구하고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기초가 되며, 연구원 경영과 대외 관계 등을 임기중에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이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의 일괄 사표 강요 행위는 스스로 정권의 하수인을 자청한 것으로서 위법과 직권남용을 남발한 횡포였다.
실제 올 9월까지가 임기였던 최정섭 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은 1981년부터 28년간 이 연구원에서 근무한 전문가였다. 지난 해 6월 한국노동연구원장에 취임했다가 1년 안 돼 사표를 제출한 최영기 전 원장은 88년 연구원 설립 때부터 일한 창립 멤버다. 이 둘 모두 2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정부 부처에 파견나갔던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해당 연구원에서 일한 전문가들이다. 이 밖에도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 원장, 방기열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등도 모두 해당 기관에서 20~30년씩 잔뼈가 굵은 연구자 출신이었다.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영역을 포괄해야 할 국책연구기관에 전례가 없는 일괄사표를 강요해서 연구기관의 전문성과 독립성, 중립성을 해치려는 해괴한 작태를 저지른 자가 과연 누구인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무총리실은 국책연구기관을 직접 관리·통제하는 방식으로 퇴행하여 국민의 눈과 입을 가리려는 모든 기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 국무총리실은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독립성을 보장하고 전문성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강구하라!
현재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산하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는 구조가 어떻게 비롯되었는가. 지난 김영삼 정권 시기, 97년 외환위기의 징후를 감지하고 대비하지 못한 정책결핍에 대한 뼈저린 반성은 국책연구기관의 정치적 독립과 구조적인 전문성 보장의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대두시켰고, 이후 정부 부처에 소속되어있던 국책연구기관을 분리시켜 출범한 것이 현재의 연구회 체제인 것이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독립성 확보는 아직도 요원한 상황이다. 산업 동향 및 전망을 하고자 해도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주어지고, 특정 정책의 추진 방향을 검토할 때도 장차관, 국장의 생각을 사무관이 미리 연구원에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은 ‘연구회’ 출범 이후 연구기관이 독립성이 지나쳐 정책 지원이 제 때에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는 어이없는 인식을 하고 있다.
현재 국무총리실이 주장하는 ‘1부처 1연구원 원칙’은 이러한 일부 엘리트 관료들의 행정편의적 발상 외에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사회 발전에 따라 공공부문에서 검토해야 할 이슈가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경향은 보편적인 추세이며 이에 따라 국책연구기관 역시 대형화보다는 전문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국책연구기관의 모범적 운영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의 경우 4개의 연구회에 220개 넘는 연구원들이 중소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단순히 통합 관리의 효율성 확보라는 일차원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구의 독립성 확보와 전문성 강화를 국책연구기관 운영의 원칙으로 하여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연구회체제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의 사례에서 국무총리실은 도대체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이번 국무총리실의 (안)대로 국책연구기관의 지배구조 개편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를 예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대통령이 경제성장률 7%를 목표로 세우면 한국개발연구원은 그 전망치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것이고, 조세연구원은 감세 정책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할 것이며, 국토연구원과 교통연구원,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대운하 건설에 대한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쓸 것이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가 경제상황에 비해 턱없이 높게 책정되었다고 관계 장관이 핏대를 올리면 노동연구원과 보건사회연구원은 관련 분석자료를 제공할 것이다. 통일연구원은 대북 봉쇄를 주장하고 교육개발원은 영어몰입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사형제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먼저 정부에 건의하는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다고 누가 얘기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더 나아가 민영화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이동통신기업의 과제 수행에 목을 매면서 이동통신요금의 인상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과 연구 방향이 집권당의 공약이나 정치적 의도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풍토는 독재정권의 유산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주요 정책 연구의 주제와 결론이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 속에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들이 ‘연구 로봇’ 또는 ‘연구 기계’라고 자조하는 분위기를 국무총리실은 진정 모른다는 말인가?
출연연구기관의 지배구조 개편을 논하고자 한다면 먼저 연구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 진정한 전문성 강화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관 통폐합을 논하고자 한다면 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한 보다 복합적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이 철저히 결여된 이번 국무총리실의 구조개편 논의는 무모하기 짝이 없으며, 졸속의 대명사에 다름 아니다.
이에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졸속적, 일방적, 관료주의적 행정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국무총리실의 행태와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을 강력히 규탄한다. 또한 현재 일부 국회의원과 함께 밀실에서 은밀히 추진되고 있는 구조개편 작업의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
만일 이러한 우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무총리실이 이러한 행태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우리 노조는 부당하고 졸속적 구조개편의 저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나갈 것이다.
2008. 10. 22.
민주노총 / 공공운수연맹
전 국 공 공 연 구 노 동 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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