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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이연수 박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과기노조 DATE 2006-01-24 11:20:38  HIT 2359  

故 이연수 박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을 위해 일생을 바치신 故 이연수 박사님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인 고 이연수 박사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수일이 지났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인의 죽음 앞에 조금이라도 누가 되지 않기 위해 대단히 조심스럽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고인은 돌아가시기 직전 친우인 동창과의 만남에서 “...연구원이 영업사원도 아닌데...”하시며 과제수주와 관련한 고충을 털어놓았다고 합니다. 유가족 또한 고인이 과제수주, 수행과정과 관련하여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다고 하며,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인이 최근 연구원에서 처했던 객관적인 상황과 유가족, 친우들의 진술 등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고려할 때, 고인의 죽음이 연구과제 수주와 수행과정에서 받았던 심각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을 갖게 합니다. 즉, 우리는 연구과제 수주와 수행과정을 지배하는 잘못된 정책과 제도, 관행이 이연수 박사님의 죽음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96년에 도입되어 현재도 시행되고 있는 PBS제도와 98년 IMF 구제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연봉제, 연구원에 대한 계약제(3년 단위), 각종 평가제도는 그 도입취지와는 반대로 정부출연연기관의 정체성과 안정적 연구 환경을 파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습니다.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하기 위한 연구책임자의 과도한 수주활동으로 기관의 설립목적에 합당한 고유한 연구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평균 4-5개에서 심지어는 10여개의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연구의 질적 수준은 하락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연구책임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과다한 연구과제 수행으로 연구책임자는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연구는 다른 참여연구원이나 계약직 위촉직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리고 소위 ‘성과’중심의 기관운영풍토를 조성한다는 정부의 구실 하에, 연구기관과 연구원에 대한 평가는 계량화하기 쉬운 양적 지표들(논문 수, 수탁실적 등)에 편중되고 있으며, 예산압박에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연구기관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하여 전도유망한 젊은 과학기술노동자들을 거대한 비정규직 집단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출연연구기관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계약제 시행으로 고용은 불안해지고 있고, 정년단축, 각종 복지제도의 축소와 후퇴 등으로 출연연구기관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못한 연구원들의 이직으로 우수한 연구인력은 계속 유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병적 징후들은 종국에는 ‘이공계 기피현상’이라는 기이한 사회현상으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위와 같이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활동 및 기관운영과 관련하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주요한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과 병폐를 지적하고 그것들의 개선, 개혁, 폐지를 위해 대정부 정책요구, 사용자 공동교섭 등을 통해 지난 수년간 노력하고 투쟁해왔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연구회, 사용자는 입으로는 우리 노동조합의 문제의식에 동의한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였으며,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오히려 연구현장의 황폐화를 방조하거나 확대해왔습니다.

우리 노동조합은 이연수 박사님의 죽음을 계기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그리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정체성확립, 합목적적 운영, 안정적 연구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과 제도의 폐지와 개선을 위해 더욱 힘차게 싸워 나갈 것입니다.

다시 한 번 故 이연수 박사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6. 1. 24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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