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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없는 내용의 보고서를 즉각 폐기처분하라 !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전략적 발전 방안(안)' 보고서에 대한
노동조합의 입장 -
·연구회는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다'고 관련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연구회 체제로의 개편 실험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구기관의 자율성과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는 계획하에 설립된 연구회는, 소관연구기관에 대해 무분별한 경영혁신을 추진하고 원칙없는 기관평가와 기관장 공모제 실패 등으로 오히려 연구기관의 발전에 발목을 잡았으며, 구조조정의 도구로 활용되어 연구현장의 분위기를 황폐화시켜 결과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촉발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는 버젓이 연구회 체제 도입으로 전문가 집단에 의한 출연(연) 관리 제도를 정착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연구회의 지원으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연구회 중심주의에 빠져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예이다. 보고서는 연구회가 일선 연구기관을 지원 육성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내용은 없고, 정부의 과학기술정책 실패의 책임을 연구기관에게 전가하고 자신들의 권한 강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무능력한 관리자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을 때 그 조직의 말로는 자명하다.
·60여개 미래핵심연구소로 간판을 바꿔단다고 해서 연구 성과물이 갑자기 최고 세계 수준이 될 수 없다. 보고서가 주문하는 형태로 변경되면 오히려 연구소간에 연계업무가 도리어 현재보다 불편해지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 연구원들의 목소리다. 그리고 연구원의 법인격 폐지의 문제와 연구소 간의 인력 이동은 별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6개의 연구소가 있는데, 이들 연구소 간의 인력이동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연구 인력의 원활한 이동이라는 미래핵심연구소의 취지는 연구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경영 아이디어 수준에서 국가의 핵심 요소를 좌지우지하는 전형적인 관료적 사고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지배구조의 문제, 연구비 배분 체계의 문제, 기관 평가제도의 문제 등, 연구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들을 어떻게 현 정치적·사회적 구조 안에서 제대로 작동시킬 것인가'이다. 현 보고서는 이러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제안없이, 기존의 보고서를 짜깁기해서 배열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마디로 무책임하고 알맹이 없는 보고서에 불과하다. 결국 보고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서 미래핵심연구소라 명명되는 형태의 분류별 카테고리를 만드는 데 2억이라는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기존 출연기관에 있는 행정조직을 6개의 전문연구회가 통합하여 운영하는 방식은 연구를 지원해야 하는 행정조직이 거꾸로 연구 인력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구조로 전락하기 쉽다.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에 기존대로 연구소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도록 한다면, 결국 지금의 조건과 다를 바 없고, 그렇다면 미래핵심연구소는 연구소의 설치와 폐지를 더욱 쉽게 하는 방편일 뿐이다. 연구소의 설치와 폐지는 연구 인력의 고용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연구 현장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사기진작 운운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STEPI의 이번 보고서는 연구현장 뿐만 아니라 국가과학기술체제의 현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의 내용은 연구현장과 동떨어져 있고, 한 나라의 과학기술정책 제안으로 보기에는 모험적이고 무책임하며 연구회 중심주의에 매몰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노동조합은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즉각 폐기처분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4. 2. 13
민주노총 공공연맹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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