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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라리 그들이 부럽다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토론회에 다녀와서

과기25시  제63호
배성환 정보통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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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오후 2시 서울대학교 A강당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 문제점에 대한 전국토론회가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문제의 10장 2조를 살펴보자.


제10장. 협약의 효력
1)산별교섭 합의 내용을 이유로 기존 지부 단체혐약과 노동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
2)단, 제9장(임금), 제3장(노동시간단축) 제5조(연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제6조(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 동 협약시행과 동시에 지부의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을 개정한다.


식전 행사로 서울대병원지부에서 제작한 "서울대병원지부 파업 44일, 조건부 탈퇴"라는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영상물에서는 서울대병원지부 조합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서 10장 2조를 사이에 두고 위원장을 비롯한 쟁의대책위원회와 현장 조합원간의 쌓인 두터운 불신감과 현장에서 가지는 서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문제의 산별교섭안이 잠정 합의된 이후 지부별 교섭에서 사용자측이 그와 관련된 지부별 교섭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실질적인 문제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곧이어 노동의례와 함께 현정회(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부위원장이 사회를 맡아서 1부 발제와 2부 토론 형식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1부 발제는 주발제로 "보건의료노조 산별합의안 10장 2조는 폐기되어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황현섭 본부장(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장)이 발표하였다. 교섭위원으로까지 참여했던 황현섭 본부장은 2004년 보건의료노조 투쟁의 의미를 시작으로 해서 10장 2조가 가지는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단체협약 개악의 빌미를 제공하고 지부 쟁의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노사정위원회와 연관하여 산별노조 상층지도부의 투쟁의 발목잡기가 발생할 경우 산별노조의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발표했다. 마무리 발언에서는 산별에 논의보다 중요한 것이 민주노조의 정신이라면서 최근 몇 년간 민주노조의 정신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진단했다.


보조발제로는 "서울대병원지부 조건부 탈퇴 결의 이유"에 관해 김애란 지부장(보건의료노조 서울대병원지부장)이 서울대병원지부의 산별노조 조건부 탈퇴 결의 과정을 상세히 보고했다. 본조에서는 10장 2조에 대해 문제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고, 지부 투쟁에 관해서도 본조의 엄호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불법시비에 내몰린 지부파업에 대해 본조가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아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이야기했다. 조건부 탈퇴와 관련해서 지부의 결정사항은 다음과 같다. "산별햡약 제10장<협약의 효력> 2조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노조가 이 조항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공식 의결기관을 통해 차기년도 단체교섭에서 이를 삭제키로 결의하지 않는 한, 보건의료노조를 탈퇴하고 독립된 노종조합으로 조직형태 변경한다."


김형계 사무처장(금속노조 사무처장)은 2001년 건설된 산별노조로서 금속노조의 산별교섭 추진 경과와 협약체결 사례를 통해서 "금속노조는 통일협약을 어떻게 이해하고 만들어가고 있는가"라는 내용을 설명했다. 금속노조는 조합원의 힘을 기반으로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로 진척시켜가고 있으며 2003년부터 중앙교섭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속노조의 산업협약은 △근로조건의 상향 평준화 방식, △모든 협약은 기존 근로조건 저하금지를 명확히 하고 산별협약의 방향으로 최저기준 설정, △계급적 단결과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에서 산별협약을 발전시키고 있음을 원칙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현 지부장(보건의료노조 경북대병원지부장)은 이어지는 보조 발제에서 "10장 2조 체결이후 현장에서는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라는 내용으로 어려운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했다. 산별합의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산부 검진휴가 부여 거부 ▲기 인상한 임금에 대해 7월이후 하향적용 ▲임금 및 생리휴가의 하향을 위한 재교섭요구 ▲동절기 근무 1시간 연장 ▲3교대근무 조건 악화 ▲토요일 휴무 불인정 등등 벌써부터 사용자에 의해서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보조발제의 마지막으로 박경수 노무사(공인노무사)가 검토한 산별협약 10장의 법적 효력의 의미를 문리적 해석에서부터 지부에서 추가로 체결된 협약의 효력 유뮤와 산업별 협약 및 지부별 협약의 유효기간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현재 산업노조와 산별협약에 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족한 판례나 경험으로는 해석에 관한 문제는 하나의 결론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잠시 휴식한 후 패널 토론이 진행되었다. 패널토론은 김인식(전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위원장 후보), 이성우(과기노조 위원장), 조민제(금속산업연맹 한라공조노동조합 위원장), 홍영교(전국비정규연대회의(준) 의장) 동지가 참석했다.

우리노조 위원장인 이성우 위원장은 이날 패널로 참석해서 "산별교섭 성사는 절반의 성공일 뿐 산별협약의 내용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산별교섭 성사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있다면서 산별교섭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임을 강조했다. 또한, 보건의료노조는 전교조와 달리 고용과 노동조건이 단일한 조직이 아니므로 하나의 교섭안으로 법인의 성격, 재정과 인력등 규모와 운영 면에서 다양한 사업장의 조건을 해결하긴 어렵고 이런 문제는 지부별 교섭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와 우리노조는 반대로 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본조에서 산별협약이 합의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지부의 투쟁을 엄호하지 않고, 불법파업으로까지 가게되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면, 우리노조는 지부에서 투쟁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적절한 타협 수준을 만들고 위원장에게 그런 단협안에 조인해 달라면서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대병원지부가 더 잘 싸우기 위해 조건부 탈퇴를 하려한다면, 산기원지부는 싸우지 않기 위해 우리노조를 탈퇴했다고 봐야할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10장 2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행복한 고민이다. 더욱 더 잘 싸우기 위해서, 올바른 산별노조를 완성하기 위해 겪고 있는 하나의 성장과정이다. 그러나 우리노조 10년의 산별노조 역사에서 이러한 성장의 아픔을 얼마나 겪었는지, 어떻게 성숙해 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할 것이다. 다시 처음처럼 산별다운 산별노조를 완성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모아 남한 최초의 산별노조라는 이름에 걸맞는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야할 것이다.

2004-09-01 00:00:00

☞ 원문 : [ http://kstu.nodong.org/maynews/readview.php?table=webzine&item=&no=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