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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관한 요구(3) - 위원장 이성우

과기25시  제7호
선전홍보국

“노무현 정부는 과학기술투자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구현장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동요하고 있는 원인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과학기술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 - 실로 그것은 90대 이후 일관된 정부의 의지였다 - 가 아무리 확고할지라도 결국엔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16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2일 노무현 “참여”정부의 국정 기틀이 될 국정비전과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50여일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당초 새 정부 10개 국정과제의 하나로 등장했던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이라는 비전은 인수위의 논의 과정에서 “과학기술혁신과 신성장”이라는 다소 모호한 표현으로 바뀌는가 했더니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다. 과학기술에 관한 한 노무현 정부도 일관된 원칙을 견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과학기술 중심사회 구축을 위한 7개의 추진과제를 살펴보면, ▷국가과학기술시스템의 혁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 강화, ▷지역혁신역량 강화, ▷세계 일류 IT산업 육성, ▷지식정보 기반으로 산업고도화 추진, ▷과학문화 확산을 통한 ‘원칙과 신뢰’의 사회 구축, ▷지식기반사회에 부응한 일자리 창출 등으로, “참여”정부에 부합하는 핵심과제가 부각되지 않고, 연구개발체제 혁신과 신지식기반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과 지방과학기술 진흥 등 모든 측면에서 두루 잘하겠다는 선언적 의미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물론, 인수위가 제시한 국정비전과 과제들은 “완결편이라기보다는 앞으로 5년 동안 국정운영의 밑그림”에 해당하겠지만, 우리가 거듭 노무현 정부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밑그림 위에 그려갈 국가과학기술정책의 모양과 색깔을 분명하고도 구체적으로 밝히고 그것을 당장 실천하라는 것이다. 장관에 대한 인터넷 추천, 리눅스형 정책모형 등 새롭게 시도한 “참여”의 수단에도 불구하고, 무엇보다도 연구현장의 안정화를 바라는 과학기술현장의 목소리들이 제대로 전달된 흔적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예컨대, 기획예산처가 맡아온 연구개발예산의 사전조정 기능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하는 어느 인수위원의 말도, 연구현장의 “실질적인 참여”가 보장되지 않고 다만 들러리로 세우고자 한다면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노무현 정부는 과학기술투자의 지속적인 확대에도 불구하고 연구현장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동요하고 있는 원인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과학기술을 키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과 의지 - 실로 그것은 90대 이후 일관된 정부의 의지였다 - 가 아무리 확고할지라도 결국엔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참여”는 국정 일반이나 국가과학기술정책에 대한 현장의 직접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것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정부 스스로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국민을 위한 연구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독선과 전횡을 일삼으며 무소불위의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일부 출연기관장들의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종사자 다수의 민주적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자세이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 전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을 위해서는, 소수의 원로 과학자 혹은 권력지향형의 엘리트 과학자에서 탈피하여, 현장의 과학기술자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장·차관을 인선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취지에 적합하다. 오늘 취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가 제시한 과학기술에 관한 국정비전과 과제들을 “구두선(口頭禪)”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길은, 이렇듯 “참여”의 참뜻을 연구현장과 국민의 눈높이에서 찾는 것이다. (끝)

2003-02-25 00:00:00

☞ 원문 : [ http://kstu.nodong.org/maynews/readview.php?table=webzine&item=21&no=215 ]